Issue 117, Jun 2016
피오나 홀
Fiona Hall
광기, 해악, 슬픔의 지뢰밭
식물이 곧 권력이라고 생각해본 적 있는가? 그러니까 나뭇잎 한 장 한 장이 곧 돈이나 다름없다는 그런 생각 말이다. 식물과 경제의 관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며 상당히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호주를 예로 들어보자. 17세기 이후 유럽의 강대국들이 앞다투어 신대륙을 발견하고자 했던 것은 미지의 나라에 대한 호기심도 한몫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식민지를 건설하고자 하는 야망 때문이었다. 그 야망의 희생양이 된 국가가 바로 호주이다. 1770년, 영국의 항해가 제임스 쿡(James Cook)이 이끄는 탐험선이 시드니에 상륙하면서 호주는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다. 당시 탐험선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승선했는데 이중에는 귀족 출신의 식물학자 조지프 뱅크스(Joseph Banks)도 있었다. 뱅크스는 동료들과 함께 1,400가지의 식물을 포함하여 약 3만개의 표본을 수집하였고 당시 표본으로 가져왔던 식물들이 전 세계로 퍼져 불과 200년 만에 전 세계 열대 조림지의 약 40퍼센트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후 계속된 식민지 사업으로 호주의 자연환경은 오염되었고 다수의 동식물이 멸종되었으며 원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말았다. 호주의 역사는 식민지 사업의 폐단을 알려주었지만 여전히 지구 곳곳에서는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 김남은 호주통신원 ● 사진 호주국립미술관 제공
'All the king’s men' 2014-2015 Knitted military uniforms, wire, animal bone, horns and teeth, dice, glass, leather boxing gloves, pool ball; 20 parts Installation view of Australian Pavilion ‘Venice Biennale 2015’ Art Gallery of South Australia, Adelaide Photograph: Christian Corte ⓒ Fiona Hall